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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밤색 하늘과 빨간 말

교육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고 고취시키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상 어린이는 ‘창의성(creativity),’ 즉 창조적 사고를 호기심과 탐구심, 의구심과 함께 아무 거리낌도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이는 그들이 가진 순수하고 맑으며 열린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진실로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유아기와 아동기는 교육으로 아이의 창의력을 길러주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민감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는 교육적 환경과 자극, 지지가 언어교육에 미치는 영향처럼 아주 결정적은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성장하고 발달하도록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발달 시기에 맞게 제공되는 적절한 교육은 아이의 타고난 본성과 자질, 창의적인 능력을 보다 잘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북돋고 키워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간에는 아이의 창의성 상실에 대해서 “어린이들은 물음표로 입학하여 마침표로 졸업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육의 부작용에 대해서 걱정하고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창의성 발달에 관한 그래프를 보자면,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창의성이 매우 높다가 초등학교 교육을 거치면서 급격히 감소해간다. 그러다가 다시 중고등 교육을 받으면서 창의성이 다시 어느 정도 상승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연구 결과에도 개인차와 외부 변수의 효과가 있기 마련이지만,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억누르고, 상상력과 탐구심, 나아가 혁신적인 사고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경향이 있어 왔음은 틀림이 없다.   이런 현상을 여러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우선적으로,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해 지나치게 ‘흑백논리적 사고’에 빠져들게 되어서 그렇다고 본다. 말하자면, 교사가 내는 시험 질문에 대한 정답 맞추기 교육에 익숙하다 보면, 학생은 호기심은 버리고 단순 암기를 하기에 너무 바쁘다. 그들은 몽상과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보다 이내 의문을 접고 탐구심을 버려버린다. 그리고 학교의 흑백논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젖어들고 만다.     그것이 당장에는 매사에 의문을 갖고 실험하고 체험해보고 어려운 사고를 하기보다는 훨씬 쉽고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의 미래와 창의적 사고의 유익한 발전에 별로 이득이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행히도 21세기에 들어와서 교육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은 것 또한 여전히 사실이다.     일례로, 현행교육이 기존의 교사와 학생의 대면 수업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열심히 활성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이 학생들의 창의력 계발보다는 또 다른 일문일답이나 속전속결의 수단과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그러면 아날로그적 교육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린이가 놀이방에서 하얀색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하늘을 밤색으로 칠하고, 말을 빨갛게 칠했다고 해보자. 이 때 교사는 냉소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얼굴을 붉혀가며 언성을 높여서 이렇게 말하기 쉽다. “하늘은 파랗고 말은 갈색이야, 그러니 당장 다시 칠해!” 그런데 말이다. 이런 경우에 아이가 교사가 말한대로 그림을 고친다고 해도 아이는 수치심과 모욕감만 받기 십상이다. 그 아이는 색깔 칠하기의 재미는 잊은 채로 마음의 상처만 잔뜩 받게 되고 만다. 이는 분명한 교육적 실패다!     조금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 아이가 지나치게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며, 부모가 터무니없이 ‘빨강’을 ‘검정’이라고 해도, 거부나 반항은 물론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순종적으로 자란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아이의 건전한 사고 발달에 매우 나쁘고 방해가 된다. 결국, 부모나 교사의 지나친 흑백논리 사상 교육은 아이의 열린 사고 및 창의적 사고 발달에 상당히 치명적으로 저해가 된다.     그래서 아이가 그린 ‘밤색 하늘과 빨간 말’에 대해서 지나치게 나무랄 필요가 없다. 이때 진정한 교육은, 교사가 동화책과 여러 다른 매체를 활용하여, 새파란 하늘과 흑갈색이나 하얀 백마를 보여주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하고, 아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깨우치고, 스스로 생각해보고, 즐겁게 배우도록 돕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다. 나는 “교육은 주로 살짝 치고 부드럽게 당겨주어야 효과가 있지, 그 반대로 항상 강하게 치고 세게 당기기만 하면 상처와 부작용 투성이가 되고 만다”고 확신한다. .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밤색 하늘 초등학교 교육 창의성 발달 아날로그적 교육

2024-11-05

[손원임의 마주보기] 휜 관점과 작은 창의성

사람들은 창의성 하면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연주해내는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 소리나, 루브르 박물관의 벽에 걸려 있는 훌륭한 예술 작품 혹은 기발한 명장면을 포착해서 퓰리처 상을 수상한 특종사진, 또는 돈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가서 맛볼 만큼 소문난 인생의 맛집 등을 연상하곤 한다.     이렇게 우리는 걸작, 명작, 특작, 더 나아가 대작이라고 세간의 평이 나면, 시세에 따라서 남들이 하는대로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고는 굳이 일말의 의구심도 갖을 필요 없이 창조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유명하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와 인정을 받지 못했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아예 취급할 고려나 가치, 의미조차도 없다고 치부해 버리고 만다. 이것도 일류병의 일종으로서, 유명세는 인간 세상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인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될 수는 없다. 그는 한마디로 세기의 박식한 사람, a Polymath였다. 그래서 2007년, 네이처지는 인류사에 공헌한 10명 중 1위의 영광을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는 예술, 과학, 해부학, 천문학, 기하학 등의 다방면의 천재로서, 현대의 창의성 교육이 추구하는 융합형 인재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안타깝지만 그처럼 아주 기발한 만능인이 되기가 매우 힘들고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러나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 우리도 얼마든지 일상적인 삶에서 “소소하게라도”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작은 창의성(small creativity)’이다.     최근에 본 아름다운 사진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작은 창의성’과 관련해서 한 세 가지 정도를 여기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진은, 8개 이상의 오렌지색 칫솔을 세로로 긴 오돌토돌한 꽃병에 깔끔하고 정결하게 담아 탁자 위에 놓고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은 봄의 꽃기운과 함께 기분이 저절로 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는, 실내의 마룻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나서 어린 소나무를 통째로 얹혀 세워 놓고, 정면에서 똑바로 찍은 사진이다. 이는 산뜻한 녹색 나무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잘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수도꼭지에 미국 100달러 지폐 두 장을 거꾸로 집어넣어 물이 그 위로 흘러내리게 하고 찍은 사진인데, 아주 기묘하면서도 풍요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사진들은 그다지 걸작처럼 보이지는 않았어도 특별한 오라(aura) 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내게는 일상 속의 창의성 발휘에 아주 적합한 예들로 보였다. 즉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서 아주 재밌고 상큼하게 연출하여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소소하면서 동시에 훌륭한 작품을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 즉 일상 속에서의 작은 창조다!    그리고 창조가 꼭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울 필요는 없다. 기존의 것들을 조금씩 각도를 돌려서 보면 된다. 나는 이것을 야구의 커브볼처럼(curve ball), ‘휜 관점’이라고 명하고 싶다. 이 휜 관점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a twisted perspective다. 이는 일상적인 것들을 약간 구부리고 비틀어서 보는 것이다. 이렇게 각도를 약간 휘어서 보면,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의 일상 속에 커브볼과 마찬가지로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움과 마치 향신료를 치듯 살짝살짝 조금씩 흥취를 더해주는 것이다. 솔직히 멋진 조각상도 직선과 곡선이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아름다움의 묘미를 갖추는 거 아닌가. 자신의 시각과 관점을 조금 비틀어서 새로이 보면, 여기서 재미와 흥미가 생겨 더욱 더 주변 사물의 특성과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창의적인 사고와 창조성의 크고 작은 선순환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결국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어서, 삶의 목적을 찾고, 삶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주고,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지평선을 넓혀 나가고, 오직 단 한 번 살다 가는 우리의 소중한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준다. 창의력과 창조력은 같은 대상을 타인과 달리 각도를 휘어서 보고,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다양하게 생각해야 가능해진다. 자고로 재미있는 유머는 기존의 사고를 비틀어 짜야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창의성 관점 창의성 발휘 창의성 교육 위스콘신대 교육학

2024-10-22

[손원임의 마주보기] 신나는 단어 게임

어린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성들 중에는 호기심과 의구심이 있다. 그리고 이는 세상에 대한 찬사와 경탄, 놀라움, 경외심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인간과 자연의 것들을 대단하고 신기하게 여기며, 이는 결국 의문을 낳고 또 다른 호기심 및 탐구심으로 발전한다.     말하자면, 아이가 처음으로 아주 큰 나무를 보고서 매우 놀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이로움은 “왜 나무는 자랄까?” 혹은 “내가 나무를 심는다면, 어떻게 해야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직접 실험과 탐구에 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바로 “I wonder if ~.”이다. 이를 번역하자면 “~라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가 되겠다. 예를 들면, “내가 공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곧장 직선으로 땅에 빨리 떨어질까, 아니면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질까?”를 묻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런 경이, 경탄, 궁금증과 호기심이 제 2의 천성이라 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나는 이를  ‘자발적 경이로움(spontaneous wonderness)’이라고 부르고 싶다. 즉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환경, 사물, 사람들에 대한 놀라움과 궁금증으로서, 스스로 “자발적으로” 좀 더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보이는 타고난 본성과 자질과 잠재력은 이후 꽃을 피워 열매와 결실을 맺도록 지속적으로 계발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글을 배우고 나서 가장 먼저 신기해하고 경이로움을 갖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들 자신의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쓰기(name writing)’는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우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다. 어린이에게 있어서 실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알고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신나는 일이다. 물론 다 큰 성인들도 자신의 이름을 무척 중요시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여러 인간관계에서 갖는 비즈니스 모임이나 사교적 만남에 있어서, 상대방의 이름을 인식하고 불러주는 것은 사회성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친밀감의 출발점이 아닌가.     학창시절로 돌아가보자. 새학기에 시작한 수업 시간에 교사가 내 이름을 알고 불러주면, 기분이 으쓱해지고 좋아져서 그 과목에 더욱 열중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이용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인 “신나는” 단어 게임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놀이나 게임에 사용하면, 반응도 크고 재미도 있고 효과도 좋다. 이 게임을 교사 교육시에 활용했는데, 대학생들도 매우 좋아했었다.     이 게임은 영어 이름을 구성하는 모든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색깔의 이름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색깔이름 찾기를 시작으로 해서 미국의 주와 도시의 이름, 더 나아가 다른 나라 이름 등을 맞추는 것으로 충분히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름의 알파벳에 매칭하는 색깔을 찾았다면, 그 결과는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가로 세로 표를 그려보아도 된다. 이 게임은 친구와 짝을 지어 하거나 여러 그룹이 함께 해도 좋고,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내 이름을 예로 들어보자. 나의 이름은 ‘손원임’이다. 영어로는 ‘Wonim Son’으로 표기하는데, 여기서 성을 빼고, WONIM으로만 해보자. 일단 내 이름은 다섯 개의 알파벳 글자로 구성된다. 그래서 각자에 해당하는 색깔 이름을 맞추자면, W로 시작하는 색깔은 White이다. 그리고 O는 Orange, N은 Neon green, I는 Indigo, M은 Maroon을 들겠다. 그리고 줄여서 몇 가지만 더 예를 들자면, W로 시작하는 미국의 주는 Wisconsin으로, N으로 시작하는 미국의 도시는 New York, 나아가 I로 시작하는 나라의 이름은 Israel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각각의 알파벳에 따른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고,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게 해서 문제 해결 능력도 함께 키워갈 것이다. 이 신나는 단어 게임은 아이들의 흥미와 경이를 자아내고, 단어 학습의 반복으로 문해능력의 교육적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 또 지리와 문화, 역사 분야 등 다양한 학과목에 걸쳐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순발력과 협동력, 창의성도 함께 키워준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성은 결국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낱말 교육은 아이들의 개념 정리와 사고 체계 구성에 매우 좋다고 추천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단어 게임 단어 게임 색깔이름 찾기 색깔 이름

2024-10-08

[손원임의 마주보기] 나와 조지아 오키프의 하늘과 구름

나는 참 하늘을 자주 본다. 특히 비행기를 타면 하늘과 구름, 땅과 바다와 집들을 보며 저절로 감탄을 쏟게 된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언젠가는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러고는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크고 작은 구름의 모양들이 조금씩 정말 천천히도 변하다가, 또는 어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모습들에 이내 기가 확 질려버려 창문을 내려버리고는 눈감고 잠을 청하게 된다. 그리고 다 잊어버리기가 일쑤다. 나는 결국 항상 그림에 대한 집념도 끈기도 노력도 모자랐던 것이다.     창의성의 기본 요인 중 하나는 의외의 상상력이다. 그런데 나는 창의성에는 상상력 외에도 관찰력과 집념과 끈기와 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서 남의 시선에 미련을 갖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대담성과 용기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걸작을 탄생시킨 미술가들에 대해서 저절로 찬사를 외치게 되고, 창조성에 대한 영감을 거듭 받으며 “정말 훌륭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이런 면모들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런 예들은 미술뿐만이 아니라 다분야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21일, 아주 오랜만에 다운타운의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갔다. 그 방문의 주된 목적은 거기서 개최한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의 미술전을 관람하는 데에 있었다. 그녀는 미국 모더니즘의 대표적 화가로서, 1985년 레이건 대통령에게서 예술훈장(the Medal of the Arts)을 받았다. 그날 내가 방문한 미술전의 제목은 Georgia O’Keeffe: “My New Yorks”이였다.     사실상 나는 위스콘신 대학교(플랫빌)에서 아이들의 창의성 발달과 교육에 대해서 가르칠 때, 오키프가 미술교사였기도 했지만, 또 위스콘신 태생이라는 이유로 더욱 친근감을 갖고, 그녀의 예술 작품을 교과 내용에 포함시켰었다. 그녀는 특히 큰 꽃 그림, 즉 클로즈업 꽃 그림들로 유명한데, 이는 멀리서 바라본 꽃들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마치 ‘벌의 관점(a bee’s perspective)에서 보는 마냥, 매우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본 꽃 한 송이의 세밀한 형태와 이미지를 포착한 것이다. 또한 그녀는 주변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즉 꽃을 포함해서 사막, 언덕, 하늘, 산, 호수, 두개골, 동물의 뼈 등이 그녀 그림의 소중한 재료였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녀가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나드는 추상적 신비주의 예술가로 느껴진다. 그녀는 한마디로 시대적 한계와 경계를 넘어뜨린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 그리고 이에서 더 나아가 시카고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는 오키프 예술 작품의 깊이를 한층 더 부각시켜 주었다. 그녀는 뉴욕 호텔 등지에서 거주하며 관찰한 주변 환경과 소재들을 캔버스에 자신의 독특한 관점으로 아름답게 담아내었다. 즉 그녀는 그 당시의 마천루, 거리의 가로등, 하늘, 구름, 달들을 잘 조화시켜 뉴욕의 도시 모습을 매혹적으로 표현했다.     다시 내가 자주 쳐다보는 하늘로 돌아가보자. 오키프의 유명한 작품 중에는 구름 위의 하늘(Sky Above Clouds) 시리즈가 열한 점이 있다. 시카고 미술관에도 그 중 한 점인, Sky Above Clouds IV가 소장되어 있다. 이는 그녀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녀의 말년에 이루어낸, 하늘의 구름 풍경을 표현한 그림들이다.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정말 과연 놀랍다! 물론 그녀는 예술 교육을 받은 전문적인 예술가이지만, 나도 그녀와 똑같이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녔어도, 아직도 구름 한 점 그리기가 두렵고 어렵다. 내가 복잡하게 생각한 구름을 그녀는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모양의 반복으로 잘 묘사했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대담성과 용기, 그리고 관찰력, 집념, 꾸준함과 노력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조지아 오키프는 독특한 상상력을 넘어 창의성의 여러 진면모를 뼛속 깊이 생생하게 살다 간 98세의 장수 할머니 예술가였다. 그래서 그녀가 남긴 “용기가 있어야 자신의 예술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를 더욱 더 기백과 개성 있는 삶으로 인도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조지아 오키프 조지아 오키프 오키프 예술 가로등 하늘

2024-09-24

[손원임의 마주보기] 아이의 창의성 키우기

창의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제일 먼저 연상되어 떠오르는 형용사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혹은 ‘독창적’이라는 낱말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의 독창적인 예술작품이나 새로운 발명품을 접하면, 대단하다며 매우 칭송하며 찬사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WOW!” “우아!” 하는 놀라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문학작품과 행동들은 창의적이며 창조적 사고가 빚어낸 인류의 유산으로서 길이 남는다.       나는 위스콘신 대학교수(University of Wisconsin-Platteville)에서 여러 과목들을 가르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가르쳤던 과목이 있었다. ‘어린이의 창의성 개발(Creative Development in Early Childhood)’이라는 교과목이었다. 유아교육에서는 창의성 개발 교육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나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이 과목을 필수로 수강했다. 그래서 나는 내 교수요목(syllabus)에 오리가미(origami)는 물론 다양한 문화권으로부터의 예술적 양식(artistic styles)의 역사와 사조를 포함시켰다. 물론 창의성에 관련하려 미술뿐만 아니라 지리적 위치, 건축물, 음악, 음식, 의류, 언어, 문학 작품 등을 모두 포함시켰다.     나는 예술(the arts)은 사람이 사는 모습과 인간의 활동 어디에서나 묻어나고 아주 심오하고 깊게 배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교사가 되기 전에 되도록 많은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예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타고난 ‘창의적 마인드(creative mind)’를 무시하고 움츠러들게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발달시키고 북돋워주어야 한다. 파블로 피카소가 말한 것처럼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떻게 예술가로 남아있느냐는 것이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고 장려하는 지름길은 자라면서 매사에 호기심을 잃지 않고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 사실상 모든 인류의 역사와 문화 및 과학의 발전과 정립은 크고 작은 호기심과 ‘왜일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어 왔다.     우리 주변에서 어린이들이 얼마나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고 끊임없이, 끝도 없이 귀찮게 물어보는 지는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다들 이해할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가 일상생활에 찌들고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자녀의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라면, 더욱 더 교육적으로 자녀와 보내는 질적인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비행기내와 식당과 카페 등 어디를 가더라도 아주 어린아이들조차 아이패드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스크린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넋 놓고 시간을 때우는 모습을 흔하게 보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이 태어난 이후, 2주 된 아이들이 벌써 사람의 얼굴을 장난감보다 좋아한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컵을 올린 모양이나 입에 냅킨을 넣은 우스운 모습들을 보는 것보다 사람, 특히 엄마의 얼굴에 가장 높은 반응을 보인다. 또한 4개월에서 12개월 된 아주 어린아이들은 엄마 냄새를 맡으며 사람의 얼굴을 인지하는 능력을 크게 발달시킨다.     결론적으로, 우리 아기들의 타고난 호기심과 창조성이 커가면서도 유지되도록 하려면, 부모가 자녀들에게 오감을 열어주는 습관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 집에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창의성을 키워주는 방법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 으뜸은 역시 ‘읽기’에 있다.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을 때, 책 표지를 보고 무슨 내용일지 미리 생각해보게 하거나, 책을 읽고 나서 책의 마무리를 아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새롭게, 자유롭게 이야기해보도록 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창의성 창의성 개발 위스콘신대 교육학 어린아이들조차 아이패드

2024-09-03

[손원임의 마주보기] “나는 놀라워!”

영어의 “I am amazing!”, 즉 “나는 놀라워!”라는 말은 좋은 모토로 삼을 만하다. 아침에 침실에서 나오면서 이 한마디만 해도,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우리의 뇌가 참으로 신기하게도 거짓말에 아주 쉽게 넘어간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자신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암시는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살면서 때때로 그들을 지탱해 줄 삶의 신조 혹은 ‘모토(motto, 금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빛의 지혜’다.     삶의 모토라 하면, 가정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교훈 즉 가훈을 들 수 있겠다. 이제는 핵가족이나 싱글족이 일반화되면서, 더 이상 가문의 지침, 즉 가훈, 가헌, 가학, 가법이란 말들이 그렇게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향도 팽배하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 오히려 고리타분하고, 엄격하고, 답답한 틀 안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청소년들은 사회의 유명인사, 스포츠인, 다양한 장르의 연예인이나 가수를 행동과 삶의 모델 대상으로 삼고 따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논리적으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교리를 충성하고 따르며, 결국 전 재산을 바치고 배우자와 자녀들의 소중한 삶까지 희생시켜버리고 마는 비극을 겪기도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정치와 성 정체성, 문화적 성향 등에 있어서, 자신들만의 주장과 신념만을 고집하다가 결국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 간의 거리가 벌어져 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철학도, 종교도, 사상도, 교리도, 가훈도, 모토도 없다. 우리는 누군가가 주장하고 널리 퍼뜨리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설득력 있는 ‘흑백논리’ 자체에 더 이상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어디에나 ‘회색지대(grey-zone)’가 존재한다.” 즉 우리의 삶을, 인생을 단 한가지의 논리로, 잣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동안 사람들이 충성하고 따르면서 ‘절대적 진리’로 믿었던 많은 것들이 시대적, 사회적 시각의 차이에 불과했다고 밝혀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상황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거짓과 오류로 드러나거나, 인류 문화적 관점과 설득력 있는 논변과 추론, 사조나 유행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과장, 축소되어 기술되고 평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우리 인간의 이성적인 인간 뇌는 ‘유용성’도 보인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게 맞고, 또 저 사람 말을 들으면 또 저 사람 말이 맞다. 이를 “너무 귀가 얇다”고 비판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이렇게 인생의 사안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다소 회의적이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번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성당 앞을 지나다가, 아주 우연히 한 백인 남자 추기경(cardinal)과 마주쳤었다. 아마도 무슨 커다란 이벤트가 막 끝난 모양이었다. 와우, 너무나 놀랍게도! 나는 그 고귀한 분을 바로 코앞에서 아주 가까이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악수를 청했을 것이지만, 나는 그냥 이내 그 순간을 지나쳐 버렸다. 물론 그때 추기경의 손을 잡고 “신의 축복”을 받을까 말까 몇 초 동안 잠깐 망설였지만, 마침내 그 생각을 접어버렸던 것이다. 바로 조금 떨어져 있던 다른 여성분이 그 기회를 잡아 추기경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거 아는가? 이후 조금 더 길을 걷다 보니, 아주 금방 추기경도, 축복도, 또 그 상황도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안타깝지도, 후회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나도 이제 나이 들고 늙어가는 모양이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라 하지 않던가. 이 세상은 참으로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간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논리가, 교리가, 이론이 상존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멍하게 생각을 놓고 남들이 늘어놓는 거짓말에 속으며 살 수만도 없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사회의 흐름을 읽으면서, 자신의 합리적인 모토를 가변적, 유동적으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와닿고,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나도 겸허한 마음으로 희망찬 모토를 한번 정해 보았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러니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자.” 왜냐하면 “나는 놀라우니까!”말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위스콘신대 교육학 정신과 마음 유명인사 스포츠인

2024-08-06

[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의 새로운 Q 공식

행복이란 무엇일까? 잠깐 동안 순진한 아기가 방긋방긋 웃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나는 행복은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처럼 순간순간 짧게 느끼는 아주 깨끗한 감정 상태라고 본다. 조금 더 나아가 극도의 행복감 또는 희열의 감정은 ‘유포리아(euphoria)’ 상태이며, 인간은 때때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쾌락의 절정’을 보다 오랫동안 지연시키고자 과욕(!)을 부리기도 한다. 문제는 행복을 소유할 수 없기에, 삶의 과정 내내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자 끊임없이 생각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추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조사나 인터뷰들에 따르면 (극도의) 행복이란 그다지 대단한 데에 있지 않다. 행복에는 딱히 우열이 없고 물질적 소유가 절대적으로 좌우하지도 않으며, 마법적인 신비스러움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인간사에 기분 나쁜 일들과 불행은 다반사로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이란, 한마디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침에 단잠을 자고 깨면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점심에 아주 달달한 딸기쉐이크를 한잔 마셨더니 더위가 싹 가셨다. 저녁에 아주 희극적인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보고 맘껏 웃어 제꼈다. 이 모든 것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은 사소한 것이며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주위의 사물들과 사건들, 사람들을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자. 우리에게 가깝고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손이 닿는 곳에서 크고 작은 유포리아적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즉 행복의 비법은 일상생활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지적이며 논리적이다. 그래서 행복을 좀 더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항상 뭔가를 더 요구하고 원한다.     이에 미국의 긍정 심리학의 아버지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제시한 행복의 공식이 도움이 된다. 그의 행복 공식은 ‘H=S+C+V’로서, 행복(Happiness)은 선천적 특성(Set range), 후천적 환경(Circumstances of your life), 자율성(Voluntary control)의 총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행복의 변수 중에서 우리 힘으로,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자율성에 더 큰 무게, 즉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전반적인 삶과 인생 경로에 있어서, “스스로의 규율과 통제” 즉 ‘자율성’이 천차만별의 변화와 혁신적 발달과 발전을 가져오며, 결국 선천적 특성도 후천적 환경도 경우와 상황에 따라 자유의지를 발휘해야 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자율성과 용기, 끈기, 배짱은 행복의 종류와 정도에서도 그 차이가 크고 작게 또는 다양하게 가지를 치며 벌어지게 만든다.     더 나아가서 내가 제안하는 새로운 행복의 Q 공식이 있다. 행복은 세 가지 자질(quality)의 합인 것이다. 즉, ‘H=Q1+Q2+Q3’로서, 이때 자질 Q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 충분히 가변수요, 임의적이다! 우울하고 실망스럽고 괴로울 때면, 자기 자신만의 세 가지 자질, 특징을 생각해보거나 노트에 적어보자.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나는 잘 웃고, 잘 먹고, 매사에 긍정적이야!” 혹은 “나는 라면을 아주 잘 끓이고, 화분을 잘 가꾸며, 친구가 많아!”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이렇게 우리 자신에게 낙관적으로 ‘향기로운 정서’를 끊임없이 불어넣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세상은 때때로 또는 언제라도 험하고 매우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아주 쉽게 빨리 절망의 나락에 빠지게 된다. 유명한 긍정 심리학자인 탈 벤 샤하르(Tal Ben-Shahar)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실의와 낙담을 허락하지 마라. 대신 무엇을 해야 더 기분이 좋아질지 자문해야 한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날 때마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되새김질하자. “오늘도 행복하게 신나게 아름답게 멋지게, 그리고 웃으며 살자!”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 공식 행복 공식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4-07-09

[손원임의 마주보기] 질문은 딱 세 가지만!

내가 자주 가는 빵가게에는 항상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는 아주 친절한 아가씨가 있다. 그런데 어느 화창한 날 아침, 몇몇의 사람들이 계산대 주변에 모여 서서는, “아이구, 그거 참, 안됐네요!”라고 말하면서 매우 안타까운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어느 정도 기다리다 내가 주문할 차례가 되어,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의 10살짜리 조카가, 그의 전신을 지독히 고통스럽게 괴롭힌 암으로 간밤에 죽었다고 말했다. 그 어린 나이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희귀한 병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저 세상으로 간 것이다.     이처럼 아직도 가혹한 병마와 싸우다가 안타깝게 죽어가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또 과학과 의학, 기술의 혁신적인 발달과 발전으로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명을 기적적으로 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에는 훌륭하고 헌신적인 의사들의 역할 또한 매우 크다.     의사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다. 그는 특히 의사의 역할과 자세, 직업 윤리와 도덕을 다룬 ‘히포크라테스 선서(Hippocratic Oath)’로 유명하다. 이 선서의 요지 중 몇 가지를 들자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 우선, 인류에의 봉사, 양심과 위엄 있는 자세, 인도에 어긋나지 않는 의학적 지식과 기술의 사용이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과 의지가 담겨 있는 선서이며, 아직도 많은 의학협회와 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고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이 선서는 인간관계의 핵심인 ‘인간 존중 사상’을 담고 있기에,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모든 학문과 직종에 다 해당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학교나 병원, 기업들이 ‘아동중심’, ‘학생중심’, ‘환자중심’, ‘고객중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광고와 고객 유치, 유지에 열심히 앞장서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가정에서도 ‘아이중심주의 육아’가 아주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부모에게는 그렇게 곱디고운 자녀의 성장이 매우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     내게도 그날이 왔다. 드디어 내 딸이 2024년 6월 7일 금요일에 의대 레지던트 과정을 졸업하고 이제 9월부터 정신의학자(psychiatrist)로서 뉴욕의 코넬 대학교 병원에서 정신질환자들을 돕게 되었다. 그날 딸의 졸업식 저녁 만찬에서, 내 뱃속으로 난 딸이 다 자라서, 당당히 홀로선 의사로서 졸업 학위 명패를 받는 것을 바라보는 내 가슴이 얼마나 벅찼는지, 그 순간의 심정과 감동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제 딸에게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날 연이어서 여러 상들을 휩쓸어 버린 데서 그치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자신이 부모와 스승과 세상으로부터 받은 선물과 재능을 더욱 더 승화시켜서, 다시 이 사회에 기여하고 많은 환자들을 잘 돌보아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언젠가 딸이 십대였을 때 감기로 너무 많이 아파서 급히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답답한 마음에 몇 가지 질문들을 적어갔었다. 그런데 의사가 사전에 내 질문 목록을 보았는지, 내게 다짜고짜 선 자세로 냉담하게 이렇게 말했었다. “딱 세 가지 질문만 하세요!” 그 순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잠깐 동안 할 말을 잊었었다. 이후 딸의 진료가 끝나고 나서, 의사에 대한 상당히 “실망스러운” 감정을 안고 병원을 나왔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텔레비전을 포함한 여러 대중매체들은 환자에게 무엇이든지 궁금하면, 의사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상담하고 나서 약 복용, 수술 등에 대해서 결정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막상 병원에 가면, 전문가인 의사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고, 질문도 제대로 못하기 일쑤이다. 나는 십분 이해한다. 많은 환자를 감당해야 하는 의사들이 시간에 쫓기며 무척 바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가 말했듯이, 더 많이 교육받고, 알고, 재능을 부여 받은 자가 조금 더 친절한 자세로 ‘경청’하고 ‘관용’을 베풀고자 노력한다면, 이 사회와 세상은 분명히 더 아름답게, 화창하게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히포크라테스 선서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4-06-25

[손원임의 마주보기] 뇌의 현주소

나는 교수로서 재직시에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선발 심사 위원회에서 일했었다. 대학교 위원회들은 다른 취업 인터뷰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심사위원들이 미리 합의한 질문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후보들이 얼마나 이에 답변을 잘하는지 경청하며 기록하고, 그 평가를 종합하여 결정을 내린다.     내게 뇌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번은 어떤 교수가 교육학과 학과장 직책에 지원했는데, 위원진의 질문에 “뇌는 유아기의 성장 후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멈춘다”고 확답하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한 위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게다가 ‘교육학과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침에 사무실에서 교수들과 커피를 마시며 화합을 도모하겠다”고 해서, 사실상 어느 정도 평가시에 마이너스로 작용했었다. 그 당시 위원진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도 좋겠지만, 아주 단순한 답변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했던 것이었다.     나는 뇌를 미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옥수수밭 미로인 콘메이즈(corn maze)에 비유하고 싶다. 물론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 단순하게 디자인한 경우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높이 높이 솟은 옥수수 미로 그 자체는 모르고 들어가면 제대로 길을 찾아 못 나올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신을 놓고 제대로 시시각각 초집중 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두려움에 휩싸이기 쉽다. 이렇게 미로와 같은, 아니 미로보다 훨씬 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불분명하게 애매한 점이 너무나 많다.   인간의 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아주 밀접하고 세밀한 상호작용들은, 신비와 경이 그 자체다! 우리는 흔히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 뇌 안에서는 뉴런과 신경아교세포 등 간의 신경 전달 과정이 병렬적 연산처리방식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 환경으로부터 받는 수많은 정보를 매우 빨리 엄청난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뇌는 다양한 차원에서 ‘고등정신기능(higher mental function)’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뇌는 수면 시간 중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특히 뇌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나 장기기억 처리 과정 등에 관여하며, 우리의 전신과 마음, 생각과 감정, 감각 처리를 주관한다. 이러한 뇌의 기능을 오스미 노리코는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는 뇌과학 강의』(2024)에서 “우리의 정교한 뇌와 신경은 바깥 상황을 인지해서 적절한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무의식 수준에서 생리 상태를 유지하고 복잡한 정신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반을 마련한다”고 썼다.     그러면 도대체 뇌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까지 타당성이 입증되었고, 위의 책에서도 언급된 몇 가지를 들어보자. 우선, 인간이 노화해도 뇌세포의 생성량은 감소하지만, 그래도 뇌의 신경세포는 계속 만들어진다는 희소식이다. 둘째, 뇌의 기관들 간의 상호 연관성이 밝혀짐에 따라, 좌뇌형/우뇌형 인간의 구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졌다. 교수시절 나도 그랬듯이, 많은 교수들이 한창 대학 교과서들에 실린 좌/우뇌 이론에 따라, 좌뇌는 감성적이고 우뇌는 논리적이라고 가르쳤었다! 셋째, 뇌와 신체 기능과 컴퓨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뇌과학의 기술 발전은 일반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의사소통과 생활기능에 보다 다양한 혜택을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 예로 최첨단 AI 장비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등을 들겠다.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수수께끼 같은 인간 뇌, 즉 지성과 감성의 뇌에 관한 수많은 신비를 벗겨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로와 같은 미묘하고 난해한, 그리고 창조적이고 오묘한 인간의 뇌에 관한 과감하고 개혁적인 연구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미래의 우리에게 더 밝고 분명한 뇌 청사진을 보일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현주소 대학교 위원회들 옥수수 미로 특정 심사위원들

2024-06-11

[손원임의 마주보기] 나의 버킷리스트 코첼라와 소매치기

사람들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담은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단어의 유행은 어찌 보면 2007년도에 화제가 된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영향인 듯하다.     이 영화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시한부 인생이 되었음을 알고 나서,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며 겪는 이야기들을 감동적으로 그린 코미디 드라마 영화다.     나도 물론 버킷리스트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코첼라였다.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있는 인디오(Indio)의 사막 지대 코첼라 밸리에서 행해지는 음악 축제다. 1999년에 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축제로서 매년 4월 중순 주말인 금, 토, 일의 삼일에 걸쳐서 2주 동안 진행된다.     나는 드디어 2024년 4월 둘째 주, 12~14일에 코첼라에 딸과 함께 갔다. 코첼라 밸리는 산과 사막 지형, 팜트리가 한데 어우러져 특이하고 절묘한 광경을 자아냈고, 날씨는 예상보다 선선했다. 물론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씨름을 했고, 어두운 밤에는 바람이 몹시 불고 추워서 한기를 느꼈다. 다행히도 코첼라축제 지역은 잔디가 깔려 있어 걷기가 아주 편했다.     우리는 10개(야외 8/어두컴컴한 실내 2)의 무대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공연들과 각종 이벤트들을 종횡무진으로 다니느라 얼마나 바빴는지 호텔에서 먹은 아침을 제외하고는 그 축제 삼일 동안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스럽고 매우 히피스러운 분위기였다.     여기저기서 아주 크게 빵빵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저절로 흥을 돋우었고,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아티스트 라인업(lineup)은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장애인 전용 구역도 편리하게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요일 밤에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공연을 앞에서 잘 보려고 메인 스테이지쪽으로 가까이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는 어느새 어둑어둑하니 깜깜해져 있었고 많은 인파 속에 몸이 끼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남자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주의를 끌었고, 나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은 순진하고 착하게도(!) 다들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보며 그의 핸드폰을 찾아주려 했다.     그 순간 누군가 나를 옆에서 살짝 치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아차 하며 내 가방을 보았다. 아이고, 맙소사! 이미 내 “스마트폰”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가방을 연 채로 모자를 넣고 그 위에 핸드폰을 얹혀 놓았기 때문에 소매치기를 당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속에서 발생했다. 그때 느꼈던 아주 이상하고 묘하게 섬뜩한 기분은 아직도 느껴질 정도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후 분실물 센터에 가보니 소매치기 당한 사람들로 줄이 벌써 한참이나 길었다. 내가 너무 방심했다.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 속에도 도둑은 있기 마련이다.     나의 소원, 버킷리스트 코첼라는 내게 아주 새롭고 기쁨에 찬 경험을 안겨주었지만, 나로부터 아주 소중한 사진들과 추억, 정보를 앗아간 매우 슬픈 시간이기도 했다. 와우! 코첼라 첫날 밤의 핸드폰 소매치기 사건! 결국 인생사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따라다니는 법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버킷리스트 소매치기 소원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 여행 핸드폰 소매치기

2024-05-28

[손원임의 마주보기] MBTI-반신반의!

현대사회의 젊은층은 디지털 환경과 세계에 매우 익숙하다. 한국에서는 이들을 대체적으로 MZ세대라고 통칭해서 부르며, 디지털 네이티브의 속성이나 특징들을 갖는다. 말하자면, 그들은 다양한 매체와 온라인상의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한다. 또한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고, 지금 현재의 보상과 여가를 즐기고 재미를 추구하며, MBTI라는 성격유형을 고려해서 직업을 선택하거나 데이트 파트너를 고르기도 한다.     그러면 왜 MZ세대가 자신과 상대방의 MBTI를 그토록 궁금해하고 신뢰할까? 이도 역시 곧 하나의 유행성 트렌드라고 볼 수 있지만, 아마도 숏폼 콘텐츠 중독 현상의 징후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과학적인 요소를 지닌 듯한 MBTI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과 맞는 공통점을 찾아 속전속결로 헤쳐 나아가게 해주는 듯하다.     MBTI는 삶의 과정에서 빨리빨리 선택하고 선별하며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내 젊은 시절 유행했던 혈액형 타입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성격 유형론에 고착되어 사람을 판단하거나 자신을 그 틀 안에 가두어 개념화하고 판단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개발한 성격유형 테스트다. 이들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좀 더 쉽게 만들고자 했다. MBTI는 자가진단 성격테스트로서 다음과 같이 4가지 측면에서 성격을 2가지로 분류한다: 1)외향성(extroversion) 대 내향성(introversion), 2)감각형(sensing) 대 직관형(intuition), 3)사고형(thinking) 대 감정형(feeling), 4)판단형(judging) 대 인식형(perceiving). 외향성(E)은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인데 비해 내향성(I)은 그 반대다. 감각형(S)은 사실과 오감에 충실하지만 직관형(N)은 관념적이며 오감을 넘어선 의미를 추구한다. 사고형(T)은 객관적, 분석적인 반면 감정형(F)은 타인 입장을 고려하고 공감적이다. 판단형(J)은 체계적이지만 인식형(P)은 유연하다. 여기서 각각의 영어 단어의 앞자들 E/I, S/N, T/F, J/P의 조합에 따라 16개의 성격이 나온다. 즉, 4의 2제곱은 16인 것이다. 예를 들면, ESTP나 INTJ를 들 수 있다.     나는 최근에 한 MZ세대 직장 여성과 대화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MBTI 유형이 자신의 성격과 딱 맞는다고 말하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녀의 유형은 바로 ESFP! 즉 외향적이고 현실적이며 감상적이고 즉흥적인 타입이다. 내가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 묻자, 그녀는 흔쾌히 “노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계획 세우는 것을 싫어한다”고도 말했다. 꽤 젊은 나이에 이미 성형수술도 두 번이나 했고, 보톡스와 같은 성형시술 등도 이미 몇 년째 받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성형수술과 미용술은 자신을 가꾸는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에 부끄럼 없이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더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온라인 데이트앱만큼은 이상한 사람을 만날 까봐 두려워서 이용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마도 과거에 있었던 그녀의 연애 실패 경험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참 친절하고 주관이 뚜렷했던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 MBTI가 무척 인기(!)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그 여성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점이 또 있다. 바로 MBTI의 한계점이다. 비록 그녀가 계획을 세우기 싫어한다고 했지만, 직장에서 꽤 성공한 그녀이기에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면이 있었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일할 때는 정말 열심히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에게도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으로 분석하며 심각하게 반추하는 모습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적인 직업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꾸준히 직업생활을 해왔으면, 진실로 성실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만약에 놀기만 했고, 무계획적으로 생각 없이 살아왔다면, 지금의 그렇게 자신만만한 그녀는 없었으리라!     나는 누구나 MBTI 등을 이용해서 자신의 성격을 진단해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복잡다단한 성격을 특정 성격유형론에 비추어 판단해버리는 데에는 한계와 오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운동을 잘 못한다. 몸도 약하고, 학창 시절에 체육시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왕창 받았었다. 그런데 MBTI 테스트 결과에서 내가 학자나 스포츠 분야, 또는 비즈니스 방면 등에서 뛰어날 거라는 식으로 나왔었다! 그래서 은퇴교수인 지금 나는 MBTI를 반신반의(!) 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반신반의 특정 성격유형론 자가진단 성격테스트 성격 유형론

2024-05-14

[손원임의 마주보기] 더 빅 파이브, OCEAN

성격은 개인의 고유한 심리적 체계의 표상화로서, 한 인간의 삶과 환경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패턴과 양상의 결합체다. 사람은 저마다 나름대로 독특한 성격을 타고 나며, 때에 따라서 성향, 특질, 특성, 인성 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성격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사람을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 누구도 인격장애자나 성격이상자, 더 나아가 인격파탄자로 불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의 성격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성격의 특성을 이해하고 분류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나는 ‘더 빅파이브’ 모델을 매우 유용하게 생각한다. 이 모델은 성격을 특정한 타입들로 세세하게 분류하기 보다는 그 유형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눈다. 그 5가지 성격 특성(Big Five personality traits) 요소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그리고 신경성(neuroticism)이다. 이 모델은 각 영어 단어의 첫 번째 알파벳 글자를 따서 ‘OCE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성격 유형은 심리학, 사회문화학, 경제학, 신경과학, 정신병학, 교육학 등 다방면에 적용되고,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구애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더 빅파이브’ 각 요인의 정의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방성은 보수주의에 반하여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고, 모험적인 성향을 보인다. 게다가 문화생활을 즐기며 지적 호기심 또한 강하다. 성실성은 목표 지향적이며, 책임감이 높고, 심사숙고 해서 계획을 세우며,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과 완벽성을 보인다. 외향성은 매우 사교적이며, 사회성과 활동성이 높을 뿐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활력을 찾고 리더십을 보인다. 친화성은 호감성과 우호성이 높으며 타자에게 협조적이다.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타심, 휴머니즘을 보인다. 신경성은 정서적 불안전성으로 걱정과 불안이 많고,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껴 스트레스가 높다. 게다가 자의식이 강하며 충동성과 분노와 함께 우울성과 민감성, 신경질적 성향을 드러낸다. 인간은 바로 이 다섯 가지 요인의 강도와 그 결합 정도에 따라 성격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침은 물론이다. 그래서 나는 성격을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소 유동적인 개념으로 본다.   2024년 4월 서울의 한 5성급 호텔에서 머무르며 조식 뷔페에서 다양한 계란요리를 맛본 적이 있었다. 그때 ‘에그 스테이션’에서는 계란이라는 하나의 기본 재료를 갖고서 맛있는 여섯 가지의 요리, 즉 오믈렛, 스크램블 에그, 오버 이지/미디움/하드, 써니 사이드 업, 수란, 에그 베네딕트를 해주었다(그 옆에는 요일에 따라 새우를 얹은 계란찜이나 샥슈카도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그 스테이션 앞에서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 원하는 계란요리를 다르게 주문했다. 그래서 올리브유를 원하거나 치즈나 양파 같은 재료를 넣고 빼는가에 따라서 이미 다양한 계란요리가 더 세부적으로 갈라졌다.     우리 인간의 성격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신체, 즉 몸과 두뇌라는 기본 물질을 갖고 태어나나 환경과 유전의 상호작용에 따른 조합과 발현 양상에 따라 참 천차만별의 모습과 성격을 띤다. 그리고 그 수많은 다양성이 인간 세상을 재미와 흥미가 있게 만들며, 변화와 혁신을 거쳐서 진보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론적으로 ‘더 빅파이브’의 구성 요소의 정도 차이에 따라 인간 성격에 크고 작게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여기서 그 어떤 성격 특성이 “제일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갖고 태어난 성격을 받아들이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개선시켜가며,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여 사회인으로서 바로 살도록 노력하는 데에 있다.     나는 ‘더 빅파이브’ 중에서 성실성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신경성과 친화성과 개방성의 요인도 갖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아주 부드러운 ‘오버 이지(over easy)’ 계란요리를 좋아한다. 그때 그 에그 스테이션의 셰프(chef)도 ‘오버 이지’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수많은 손님들의 까다로운 주문을 아주 잘 소화해 냈다. 아마도 성실하고 친화성 높은 사람들이 “오버 이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파이브 ocean 성격 유형 성격 특성 정서적 불안전성

2024-04-30

[손원임의 마주보기] 자아-네잎클로버

사람은 인식과 느낌, 행동의 주체로서 자아를 갖는다. 이 자아(自我)는 영어로는 에고(ego)라 하며, ‘나’라는 의미다. 우리 자아는 의식의 통일체로서 일관성을 보이며, 태어나 아동기와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 성인 초기에 대부분 확립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이란 평생 동안 ‘자아’, 즉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갈고 닦아가며, 자신을 변화시키며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존재다. 이에 자아라는 개념은 철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그리고 의학적으로도 딱히 ‘이것이다’라고 정의하기가 애매하다. 우리는 자아를 개개인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범위를 넓혀 세상과 만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바라보고 확대 적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적인 초자아(superego)라는 개념과 본능(id)과 자아의 균형을 이루는 중용의 도와 법칙이 등장한 게 아닌가.     사실상 자아는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해서, 4가지 구성 요소로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자면, 자아를 네잎클로버(four-leaf clover)나 4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직소퍼즐(jigsaw puzzle)에 비유할 수 있다. 첫번째는 ‘자아 인식(self-awareness)’이다. 두번째는 ‘자아 개념(self-concept)’이다. 세번째는 ‘자아 통제(self-control)’다. 네번째는 ‘자아 존중(self-esteem)’이다.     ‘자아인식’은 자신을 타자와 별개의 존재로 자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어린이가 자기 가족을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그리고 나서, “우리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나 세 명이예요”라고 말하는 경우다. ‘자아개념’은 자아에 대한 정보의 축적이다. 주로 인지발달과 함께 이루어지며, 이는 자존감의 기초를 형성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이 이렇게 하는 말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얼굴이 우리 아빠/엄마랑 진짜로 많이 닮았어요!” 혹은 “나는 여자가 아니라 아빠처럼 남자라서 힘이 무척 세요.” ‘자아통제’는 자기조절 능력이다. 이는 충동 조절력, 만족지연능력, 좌절감과 분노 조절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탕을 먹고 싶어도 참을 수 있거나, 화가 나도 소리지르지 않고 친절한 말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동의 발달지표에 따르면, 어린이는 이미 두 살부터 자아통제력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자아존중’이다. 자아존중감은 자신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로서, 자신을 가치 있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정도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경향을 낳는다. 결국 아이가 부모에게서 사랑 받는다고 느끼고, 학교에서도 인정받고, 자신을 이 사회의 필요한 존재로서 인식해야 자존감이 향상되고, 이런 판단은 아이의 올바른 정체감의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항상 이렇게 말하고 우울해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엄마가 내 성적표를 보고, 내게 ‘바보’라고 큰소리치면서 화내셨어. 나는 정말 ‘멍청해’!”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아의 네가지 하위 개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꾸준한 발전과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우리 자신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자녀의 바람직한 자아 형성을 막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하자. 말하자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혹은 ‘내 아이는 별 수 없어’ 하는 식으로 단념하고 마음의 귀를 닫아버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나는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매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형의’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억은 거의 없다. 아마도 우리는 영원히 우리 삶이 질 때까지 우리 자신의 ‘완전한’ 자아를 이루지도 찾지도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을 요구하지도 너무 재촉하지도 말자. 아이들은 숨을 고르고 쉴 공간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서, 그들 고유의 재능을 찾아 자신감을 갖고, 사회인으로서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그런 “자아의 네잎클로버”를 아름답게 그려가야 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네잎클로버 자아 생각하자면 자아 자아 개념 자아 형성

2024-04-16

[손원임의 마주보기]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대체로 볼 때, 자식이 부모와 껄끄럽고 냉랭한 관계를 갖고 산다면, 무엇인가 어렸을 때 자라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겪었을 확률이 매우 크다. 즉 경제적 곤란, 종교적인 갈등, 부모의 가출과 이혼, 성격 충돌, 학교 성적과 진학, 대화와 소통의 부족 등등 가정불화의 요인들은 다양하다.     때로는 자식이 부모의 높은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해서, 부모는 자식을 경멸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에 자식은 부모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린다. 때로는 부모가 화를 참지 못해서 자식에게 폭력을 가하고, 매사에 사소한 것에도 통제와 비판을 하고, 심지어 자신의 비뚤어진 욕구만족 수단으로 강압적인 성적 학대도 가한다. 그러면 자식들은 상처가 매우 커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평생 고통을 받게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주면, 아이의 충동 통제와 만족지연능력, 인지능력과 지적능력, 합리적 의사결정, 공감과 감정이입, 협동성, 나아가 친사회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만다. 즉 뇌의 감정을 다스리는 “정서뇌”를 어지럽히고 망쳐서, 결국 이성적인 “지성뇌”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하기가 매우 어렵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는 자라면서 나쁜 기억을 잠재우거나 없애고 좋은 기억으로 덮기 위해서, 일생 동안 그 고통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애쓰고 힘써야 한다. 또한 그 아이가 이후 가정을 꾸려 좋은 부모가 되는 데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이에 부모로서 자신의 가정환경과 자녀교육을 되짚어 보고, 필요하다면 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여기에 매우 적합하고 유용한 도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 설문지다. 이 설문지(ACEs Quiz)는 아이가 자라면서 가정 내에서 18세 생일 전에 얼마나 불리하게 부정적이고 나쁜 경험들을 했는지를 10가지 질문을 통해서 물어본다. 이 설문지의 한국어 번역본을 원한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영문본보다 질문을 더 간결하게 물어본다. 주의할 점은 이 설문지가 가정 외에서의 스트레스 요인과 개인차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므로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영문 설문지상에서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같이 사는 부모님이나 어른이 귀하에게 자주 또는 아주 자주 욕설하고 모욕하거나 비하하고 수치심을 준 적이 있습니까?” 나는 이 설문지에서 ‘자주 또는 아주 자주’라는 문구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 즉 부모가 얼마나 “종종” 아이를 괴롭히느냐가 관건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자주, 지속적으로 가하면 아이는 “병”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꾸준히 많이 먹으면 몸이 병들지 않는가.     나도 ACEs Quiz를 보았다. 내 점수는 7/10이다. 꽤 높다! 슬프지만 맞다. 나는 결코 그렇게 안정적이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누구라도 이 설문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보고, 지금 가정의 현주소를 진단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얼마나 내 아이에게 좋은 부모로서 제대로 “인간적인” 가정환경을 이루며 살고 있는 지를 알게 된다.     우리의 부모역할은 끊임없는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굳이 이 설문지가 아니더라도,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항상 이렇게 묻자: ‘나는 지금 내 아이를 내 맘대로 통제하고 조절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며 아름다운 인격체로서 대하고 있는가?’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아동기 부정 부정적 경험 영문 설문지상 갈등 부모

2024-04-02

[손원임의 마주보기] 도파민 중독과 중용

대학의 많은 수업은 문답법으로 이루어진다. 나 또한 교수 시절에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수업시간 중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곤 했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당신은 건강과, 학업, 아르바이트, 친구나 가족 등과의 일상 생활 속에서 오는 수많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합니까?”였다. 그 때 학생들이 답했던 것 중에 가장 자주 언급되었던 것들을 들자면, 친구를 만나 속상한 점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밖에 나가서 산책, 조깅을 하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잔다는 것들이었다. 나도 물론 학생들에게 스트레스가 쌓여 힘든 날이면, “사무실에서 초콜릿을 왕창(!) 먹는다”고 말해 주곤 했었다.     우리 모두는 스트레스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다들 그 스트레스와 삶의 고통스러운 면들을 이겨내거나 잊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들을 동원한다. 그래야 우리 뇌의 쾌락과 고통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곤하면 자야 하고, 배고프면 먹어야 하듯이, 스트레스 받은 우리 뇌는 “탈출구”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이는 연인과 헤어진 슬픔을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울어서 달래고, 어떤 이는 주먹으로 있는 힘껏 샌드백을 치면서 울분과 화의 감정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성행위나 가벼운 신체적 접촉도 우울감과 걱정,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인간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생기는 변화 중의 하나가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상태다. 날마다 계속되는 그리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아주 중요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의 경감을 가져온다. 이러한 화학물질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더욱 우울해지고 갖가지 중독성의 경향 또한 증가하게 된다. 말하자면 과도한 스트레스는 도파민 충동을 일으키고, 이는 도파민 과잉, 도파민 중독을 낳는다. 결국 “고통을 피하다 보니 쾌락의 노예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인간 뇌의 보상회로의 ‘악순환’이다.     문제는 현대사회가 도파민 충동을 아주 쉽게 만족시키는 도구와 수단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즉, 스마트폰, 악성 댓글/리플, 가짜 뉴스, 도박과 게임, 온라인 쇼핑, 음란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마약, 담배, 알코올, 설탕과 갖가지의 시럽을 탄 달달한 커피(내가 무척 좋아한다!)와 케익과 초콜릿 등등 말이다.     현대인의 도파민 중독문제를 신랄하게 파헤친, 애나 렘키의 『도파민네이션(2022)』(Dopamine Nation, 2021)에는 쥐를 대상으로 한 매우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초콜릿은 뇌의 기본 도파민 생산량을 55퍼센트 늘리고, 섹스는 100퍼센트, 니코틴은 150퍼센트, 코카인은 225퍼센트 늘린다”고 하며, 또한 “애더럴이나 길거리 약물에 들어있는 암페타민 성분은 도파민 분비량을 1,000퍼센트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2022년 낸 책인,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Don’t Trust Your Gut: Using Data to Get What You Really Want in Life)에서 실제 활동별 행복 점수에 관한 순위조사의 결과를 소개하는데, 38가지 항목 중에서 ‘친밀한 접촉/섹스’가 단연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는 도파민 수치를 높일 수 있는 수단들이 널려 있다. 행복해지기가 부자 되기보다 훨씬 쉽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도파민 중독 요인들 또한 부자 되기 요인들보다 훨씬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저마다 유혹을 느끼고 쾌락을 얻는 수단과 그 정도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과유불급을 이해하고, 짜릿한 자극과 유혹, 전율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도파민 추를 바로잡아 세워서 ‘중용과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 있다. 나도 사실 요즈음 나에게 있어 쾌락 호르몬 도파민을 어김없이 활성화시키는, 그 “달콤씁쓸”한 초콜릿의 풍미를 즐기되, 또한 자제하기 위해서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도파민 중독 도파민 중독문제 도파민 분비량 도파민 충동

2024-03-19

[손원임의 마주보기] 사랑에 기반한 친밀한 관계

언젠가 기나긴 여행 중에 우연히 한 그림을 보고 온몸의 피곤함도 잊은 채 멍하니 그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노부부가 나란히 안락의자에 앉아서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평온한 뒷모습을 담은 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나는 그 소박한 그림으로부터, 해질녘의 푸른 바다 위의 잔잔한 파도를 배경으로 그 부부가 살아온 장구한 굴곡의 세월과 함께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때 틀림없이 마음속으로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강렬하게 외쳤던 것 같다.     우리는 고령사회에 살고 있다.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한국은 전체 인구의 18%를 넘고, 미국은 거의 17%이며, 일본은 29%정도라고 보고된다. 노인문제는 이제 우리 모두의 숙제로서, 창의적인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 스스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모두가 노년에 대비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생애를 살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노년의 풍요로운 삶은 어디에 기반할까? 건강한 노년에는 심리적•신체적•경제적으로 많은 것들이 필요하며, 인간관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로버트 월딩거와 마크 슐츠는 2023년에 낸 책,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The Good Life: Lessons from the World’s Longest Scientific Study of Happiness)에서 노년기일수록 친밀한 관계의 형성과 지속에 더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안정 애착을 형성한 관계가 삶의 만족도를 더 높이고, 우울감을 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50세에 느낀 결혼생활의 행복이 50세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노년기의 신체 건강을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하다”고 하며, 심신과 정신 건강의 복잡하고 깊게 얽힌 관련성을 지적한다. 이에 “인간관계는 우리 내면에 살고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각종 호르몬과 화학 물질이 생성되고 그것이 혈액을 타고 이동해 심장과 뇌, 다른 많은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효과는 평생 지속된다”고 재차 강조한다. 즉, 친하며 우호적인 상호관계는 행복지수를 올리고 개개인이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다각도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월딩거와 슐츠의 책은 하버드가 1938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85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과학적인 성인 발달 연구를 기반으로 했기에, 전례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집대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하버드의 연구는, 결국 우리 선인의 지혜, 즉 ‘인간 삶의 만족도와 행복의 비밀은 바로 인간 사이의 친밀하고, 또 주변 사람들과 맺는 상냥하고 좋은 관계에 있다’는 진리를 또 다시 재발견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친밀한 관계는 가정에서 함께 사는 부부에서 시작된다. 미국 문학의 거장, 마크 트웨인은 “사랑은 가장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하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느리다. 결혼한 지 25년이 되기 전까지는 어떤 남녀도 완벽한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정열적인 사랑은 대체로 18개월에서 3~4년 정도 간다. 따라서 그가 말한 25년은 인생이라는 가시밭에서 부딪히는 갖가지의 역경을 뚫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함께 일구어 낸 사랑의 성장, 그 ‘성숙도’에 기반한 개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용의 해인 2024년은 결혼한지 30년째로, 트웨인이 언급한 25년을 훨씬 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느끼는 감회 또한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그 인상적인 그림을 기억하는가? 사랑이란 서로가 마주 보는 것을 넘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지향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부부가 건강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정열적 욕구에서 시작된 사랑을 키워서 서로가 의지하며 이해해주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영원한 동반자적 사랑으로 승화시켜 가는 것을 의미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사랑 기반 동반자적 사랑 신체 건강 정신 건강

2024-03-05

[손원임의 마주보기] 온라인 데이팅, 그리고 낭만 구애 행위

현대인에게 온라인 데이팅은 일상화된 현상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만남 앱’과 각종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짝을 찾는 행위들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보인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나 앱에 관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 초기의 경우, 20% 정도가 이를 통해서 지금의 배우자나 파트너를 만났으며, 일반인의 30% 정도는 이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수치는 10대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걸쳐서 증가하는 추세이며, 아무래도 남성의 이용률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은 첨단 정보과학의 시대에 아주 유용한 구애도구다. 특히 남녀노소와 성정체성, 종교를 떠나서 모두에게 만남의 기회와 그 폭을 상당히 넓혀주며, 만남 자체도 보다 쉽게 성사시켜 준다. 모든 구애 행동의 기본이 그렇듯이, 온라인 데이팅을 하는 사람들도 플랫폼에 따라 자신들의 ‘프로파일’을 매력적으로 꾸미려고 상당히 애쓴다. 그래서 저마다 독특한 취미나 지위, 능력 등의 뛰어난 스펙을 돋보이려 하며, 상대방에게 멋지게 잘 보이기 위해서 외모에도 아주 많이 신경을 쓴다.     흔히들 남자는 단단한 근육질을 과시하면서 폼을 한껏 잡고, 여자는 최대한 예쁘고 귀엽게 나온 사진들로 눈길을 끈다. 모두가 데이트하고 사랑을 나누며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 ‘구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구애 행위는 ‘자연선택’의 진리에 따른 아주 자연스러운, “낭만이 가득한” 행동이다. 서로가 서로를 섹시하게 느끼고, 또 서로에게 섹시하게 느껴지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조류의 세계를 보면, 수컷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구애 몸짓이나 행동들이 무척 흥미롭다. 공작(peacock)의 경우,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자랑한다. 또 ‘천상의 새’로 불리며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사는 환상적인 수컷 극락조(birds-of-paradise)는 정말 그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수려한 색채의 긴 꼬리 깃털을 갖고서, 높고 요란한 소리로 노래하고, 거꾸로 매달리는 등의 춤사위로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 필사적이다.     또한 아프리카와 남미 볼리비아 소금호수 등지에서 서식하는 홍학(flamingo)을 보자. 이 새는 ‘빨간 무용수’로서, 길고 가느다란 한쪽 다리로 아주 잘 서는데, 분홍 빛깔의 날개를 양옆으로 높고 넓게 펼치는 아름다운 춤동작은 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마치 신비하고 매혹적인 발레공연을 한편 보는 듯하다! 게다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서식하며, 일명 ‘정원사새’로 불리는 바우어새(bowerbirds)가 있다. 이 수컷은 암컷의 흥미를 끌기 위해 땅 위에 마른 풀이나 나뭇잎으로 나무 그늘 같은 정교한 구조물을 짓고 화려하게 장식한다. 말하자면, 독특한 둥지/오두막(bower) ‘공학자’가 암컷에게 매력을 맘껏 풍기면서 “제발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새와 다르다. 인간 세상에는 성격의 종류, 재정 상태, 문화적 배경, 사회적 성취와 인기도 등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하지만 다들 저 나름대로 짝을 찾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이고, 남보다 더 잘 보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점은 마찬가지다.     나도 돌이켜보면 남편과 데이트하던 시절, 그는 나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헤어지기 전에 아름다운 장미 꽃 한 송이씩을 곧잘 (조르지 않아도!) 낭만적으로 사주곤 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었고, 전화 한 통화를 하더라도 부모님 눈치를 보며 매우 조심조심 사용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요즘의 MZ세대는 온라인 상으로 시공간에 구애 없이 한결 자유롭게 짝을 만날 수 있다. 그래도 구식의 오프라인 데이트가 신식의 온라인을 통한 만남보다 연락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애타고 어려운 점들이 많았지만, 분명히 낭만 또한 가득했던 듯하다.     하여간 요약하자면, 데이팅 포맷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이 하는 모든 구애 행위의 주 목적은 사랑하는 짝, 내 ‘반쪽’을 만나 삶/일생을 함께 하는 데에 있다. 인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 즉 전반적인 평안, 안녕, 웰빙이 좋아하는 배우자(파트너)와 같이 만족스럽고 친밀한 관계를 지속할 때 몇 곱절로 상승하니까 말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온라인 데이팅 온라인 데이팅 구애 행위 데이팅 포맷

2024-02-20

[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우리가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고 또 주로 하는 인사말 중에는 “건강하세요!” 혹은 “행복하세요!”가 당연히 으뜸을 차지한다. 이는 누구나가 건강하고 싶고 또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 모두의 아주 자연스럽고도 처절한 바람과 마음, 그런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일상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행복의 요건들로 과연 무엇들을 우선 꼽을 수 있을까?   언젠가 차 안에서 무심코 듣게 되었던 라디오 방송 내용을 소개하자면, 그것은 바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순위’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이었다. 이제는 뭘 들어도 돌아보면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는데도, 이 행복 순위 목록만큼은 아직까지도 이상하리만큼 기억이 잘 난다! 아마도 이 주제가 매우 흥미롭기도 한데다 나 또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심정에서 일 거다.     미국 사람들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10가지 요인 중 첫째는 바로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양질의 포근한 수면이었다. 둘째는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였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였다. 이어서 넷째는 속이 아플 정도로 혹은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주 대차게 너무나 크게 웃어 젖히는 경우라고 한다. 때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저 얼빠진 바보처럼 흔쾌히 웃고 나면, 우울함이 줄어들고 기분까지도 왠지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섯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사이에 낀 팝콘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 10위 안에는 낯선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도 들어 있었다. 나 역시 이 목록에 100% 동의한다.     이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참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요인들이 얼마나 사소하면서도, 기본적인 생리와 본인 스스로의 감정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지가 매우 돋보인다. 또한 칭찬의 중요성이다. 빈말이라도 좋은 말, 즉 ‘칭찬’은 해서도, 들어서도 좋은 것이다. 나도 며칠 전에 어떤 아가씨의 손톱(예술)이 너무 예뻐서 칭찬해주었다. 그 아가씨는 ‘싱글벙글’ 너무 좋아했고 나에게 샘플도 듬뿍(!) 챙겨 주었다. 나도 역시 칭찬을 낯선 사람들에게 들어서 기분이 좋을 때가 참 많다. 얼마 전에는 한 신사분이 내 글씨체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서 온종일 무척 유쾌했고, 또 한 카페에서는 한 여성분이 내 운동화가 “너무 예쁘다!”며 “어디에서 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칭찬과 뜻밖의 관심들은 항상 나를 매우 ‘흐뭇하게’ 해준다. 이제는 유튜브 상에서 주로 짧은 요약본 위주로 영화를 접하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오래간만에 아주 감동적이면서 뇌리에 깊게 남는 영화인, 2023년 작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Society of the Snow)을 시청했다. 이 영화는 우루과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재난 이후, 인간의 처절한 생존의 모습을 2시간 24분 동안 아주 감명 깊게 잘 묘사하고 전달한다. 또한 인간 생존에 대한 ‘3개의 룰(rule)’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물론 환경과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는 3일, 그리고 음식 없이는 3주” 정도를 견딜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일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달콤하고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게 감사한 일인지를 또다시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서 맛있게 먹고 입을 벌려 깨끗한 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밝고 크게 ‘한 번 두 번’ 웃어보고 또 그날 그날 자신의 기분에 맞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에게 아무리 ‘빈 칭찬’이라도 해주도록 노력하자. 약간의 거짓이면 어떤가? 서로서로 상대방의 얼굴에 “웃음 진 미소”를 띄워보자. 우리 뇌는 너무나 다행히도 아주 잘 속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 의미 행복 순위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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